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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SW 사관학교 정글 5기

Week00. 쉴 틈이 없다.

by Lizzie Oh 2022. 10. 1.

사실 Week00 회고는 지난 주에 작성할 계획이었는데, 정글이 이렇게까지 바쁠지 몰랐다 ㅎ 그래도 간단히 00주차를 돌아보고자 한다. 

 

정글에서는 목요일 ~ 수요일을 한 주로 친다. (정확히는 목요일 오후 ~ 그 다음주 목요일 오전 이 한 주) 월요일에 입소한 우리는 수요일까지 3일간 0주차를 보내게 되고, 정글에서의 4일째가 되는 목요일에 비로소 1주차를 시작한다. 1주차 시작 전 보내는 이 3일간, 사람들과 친해지기도 하고 주변 구경도 하고 그럴 것만 같지만, 우리 반 모두가 아마 0주차 때 가장 잠을 못 잤을 것이다. 다른 동기 한 명은 0주차 때 3일동안 총 10시간만 잤다고 한다. ㅎ 

 

정글에서의 생활이 궁금해서 나의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으니 가능한 한 자세히 기록해보겠다. 

 

1일차 (월)  : 입소 준비, 입소식, Week00 발제 

입소 준비 :  13시까지 기숙사 사감실 앞으로 모여 기숙사 열쇠와 KAIST 캠퍼스 출입증, 명패를 받는다. 2시간 동안 방 청소를 할 시간을 주신다. (방마다 컨디션이 다르겠지만 내 방은 꽤 오래 비어있던 방인 것 같았다. 먼지가 많아서 청소가 좀 걸렸다..ㅎ)

 

정글 과정 안내 : 15시에 모두가 모여 짧은 입소식(?)을 한다. 장병규 의장님께서 정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정글에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 설명해주셨고, 프로그램 전체 일정과 운영진 분들을 소개해주신다. Q&A 시간도 있었다. 이후 A반과 B반은 각자의 교실로 이동한다. (이후로 다른 반과 교류할 일은 없다. 운영진 분들도 자기 반 동기들만 신경쓰라고 하셨다.)

 

장병규 의장님께서 말씀해주신 내용 중에서 정말 좋은 내용이 많아서 몇 가지만 적어보려고 한다. 

의도된 커리큘럼 : 모든 커리큘럼은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이다. 정글에는 교수/강사가 없다. SW 분야에서는 직접 찾고, 읽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정말 deeply basic한 것들(변하지 않는 기본기)은 책으로 보는 것이 좋다. (교재 세 권)

오늘의 성장에 집중하자 : 멀리 보면 지친다. 오늘 하루 성장하는 것에 집중해라.

No fake : 한 명을 오랫동안 속일 순 있고, 다수를 잠시동안 속일 순 있지만, 다수를 오래 동안 속일 수는 없다. 여기서는 그냥 자기 자신을(장점도, 단점도, 특징도) 빨리 드러내라. 단점을 포장하는데 에너지를 쓰지 말고, 그 에너지로 배우고 장점으로 승부해라. 

 

발제 : 정글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후에 한 주간 수행할 과제가 공개된다. (이를 '발제'라고 하시는 것 같다. 사실 발제라는 단어를 정글에서 처음 들어봤는데, 뜻을 검색해도 정글에서 사용되는 맥락이랑은 조금 다른 거 같다), 0주차의 과제는 입학 시험때 배운 지식들을 활용하여 웹사이트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오전에는 기획한 웹사이트를 발표해야했고, 목요일 오전에는 완료된 프로젝트를 시연하며 발표해야 했다. 과제가 발표된 직후 강의실에 멀티탭과 모니터를 설치하고 바로 과제가 시작되었다. 

 

기획 및 개발 : 나를 포함하여 우리 조원 세명 모두 개발 경험이 많지 않았다. 과제를 발표할 때 '미완성'이 최악이라고 하셔서, 우리가 정말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으로 기획해보기로했다. 입학 시험으로 만들었던 '메모장'을 약간 업그레이드 하여, 좋은 학습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과제에서 필수로 구현해야 하는 기능은 서버 사이드 렌더링, jinja2 활용, 로그인 기능이었다.  

 

노마드코더 유투브 클론코딩을하면서 pug 템플릿 엔진을 통한 서버사이드 렌더링, 로그인 기능들은 구현해 본 적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고, 이에 더하여 '좋아요' 기능까지 추가해보고자 하였다.  우리 조는 Frontend, Backend로 나눠서 개발하기엔 특정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 없어서 기능을 기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나는 메인페이지 및 좋아요 기능 구현을 담당했고, 다른 조원이 회원가입 및 로그인, 다른 한 조원이 업로드 기능 구현을 담당했다. 각자 자신이 맡은 기능의 백/프론트를 모두 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새벽 1시까지 개발을 하다가 기숙사로 돌아갔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 조가 제일 먼저 집에 갔다. ^^:) 나는 다음 날 오전에 기획에 대한 발표를 맡게 되어서 방에서 발표 연습을 하다가 네시쯤 잤다. (첫날부터 새벽 네시까지 못 잘 줄은 생각도 못했네......ㅎ) 

 

2일차 (화) - 발표, 개발

기획안 발표: 오전에 기획안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고, 이범규 대표님이 참석하셔서 피드백을 주셨다. 다른 조의 경우 3일 동안 구현하기에는 너무 기능이 많으니 빼라는 피드백을 주시기도 했는데, 우리 조의 경우 기능이 너무 단순하니 꼭 좋아요 기능은 구현해보라고 하셨다. 

개발 : 열심히 개발 했다.. 한 명은 업로드를, 한명은 회원가입/로그인을, 나는 메인페이지와 좋아요 기능을 동시에 구현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메인페이지의 경우 업로드가 완료된 글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업로드 기능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구현하기가 어려웠고, 좋아요 기능 역시 한 사람이 한 글에 대해서만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기능이었기 때문에 회원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최대한 db 구성에 대한 부분은 사전에 최대한 협의를 하고, 먼저 해놓을 수 있는 부분은 해 두기 위해 노력했다. 화요일 하루 동안은 메인 페이지에 대한 구현은 완료할 수 있었고, 조원들 모두 어느 정도 프론트는 모두들 완성할 수 있었다. 

 

3일차 (수) - 개발

개발: 실질적으로 개발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아직 로그인, 업로드, 좋아요 기능이 완료되지 않아서 너무 쫄렸다. 조원들과 하루 종일 쉴 틈없이 개발하고, 기능 구현을 다 마치고, 테스트 하면서 발견한 수많은 오류들을 수정하고 나니 새벽 세시반 쯤이 되어서야 기숙사에 돌아갈 수 있었다. 정말 힘들었지만, 좋아요 기능 구현이 제대로 되었을 때는 정말 너무너무 기뻤다!!!!! 이날도 새벽 세시반에 강의실을 떠난 우리 조가 제일 먼저 강의실을 떠났던 것 같다. 이 날 밤샌 동기들이 많았다.

좋아요를 누르면 좋아요 버튼이 채워지고 카운트가 올라간다. 좋아요한 상태에서 다시 클릭하면 좋아요가 취소된다. 한 명당 한 글에 한 번만 좋아요가 가능하다.

 

4일차 (목) - 개발, 최종 발표, 회식 

최종 발표: 목요일 오전에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몇 가지 에러들이 있었다. 오전 중에 다행히 에러들을 해결하고 점심을 먹으면서 평화롭게(?) 최종 발표를 준비했다. (사실 최종 발표는 다른 조원이 해서 평화로웠나보다ㅏㅏ.. 봉*야 고마워 고생했어 발표준비까지 하느라... ㅠ)  최종 발표를 한 삼십 분 정도 남겨두고 있던 시점에 에러를 수정했던 내용이 서버에 반영이 안된 걸 발견했고, 새 파일을 서버로 올렸는데 그때부터 db연결이 안 되었다. 새로 올린 파일에서db주소가 로컬로 되어있었다는 걸 확인한 후 다시 서버 주소를 가진 새 app.py를 서버로 올렸는데 그때부턴 아예 서버에서 app.py 실행이 안되었다. 이때가 발표 10분 전이었다. 

 

급박하게 서버에 다시 새 파일을 올리는데 fileZilla에서는 계속 전송 실패가 뜨고, 서버에서 app.py를 실행하려고 하니 계속 해당 포트 번호가 이미 사용 중이라며 에러가 떴다. 어쩌면 로컬에서 프로젝트 시연을 해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버에 파일 업로드를 재시도 함과 동시에 로컬 환경에서도 시연을 할 수 있도록 db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1조, 2조, 3조,4조 까지 발표를 진행하는데도 우리 조 서버는 실행될 줄을 몰랐고 이때쯤부터는 로컬에서 테스트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1-4조가 발표하는 동안 우리는 서버를 살릴려고 계속 허둥지둥하고 있어서 사실 다른 조 발표를 잘 못들어서 너무 미안했다 (ㅠㅠ) 

 

서버를 살리지 못한 채로 우리 조(5조) 발표가 시작되었다. 우리 조 발표자가 '10분 전에 서버가 터져서 로컬에서 시연하겠다'는 양해를 구하며 발표를 시작했는데 발표에 참석해주신 장병규 의장님을 비롯하여 많은 동기들이 힘차게 웃어주셨다. 사실 혼날 줄 알았는데 웃어주셔서 정말 다행이었다 ㅠㅠㅠㅠ 시연 진행 중에도 버그가 생겼는데, 링크의 og:image content를 제대로 가져오지 못하는 문제였다. 최종 수정이후로 테스트를 했던 모든 url에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마침 시연때 처음으로 발생한 것이었다. 시연할 때는 안전하게 테스트 해본 링크로 시연을 했어야 했는데, '여긴 카이스트이니까 카이스트 url로 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한 번도 테스트해보지 않은 url을 시연때 사용한 것이었다...(my bad... 명백한 나의 실수 ㅠ) 나중에 확인해 보니, 우리가 지금까지 테스트 한 모든 다른 url들은 og:image 주소로 https://.. 와 같은 주소를 사용했는데, 카이스트의 경우 서버 내 폴더에서 바로 가져오는 구조라 og:image주소로 파일의 경로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https://www.kaist.ac.kr/kr/ 의 og:image content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나의 역량 안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다만 발표를 끝내고 두 가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1. 내가 만나지 못한 수많은 예외 사항들이 더 있을 수 있다. 다양하게 테스트해야 한다.

2. 결과물을 보여야 하는 자리에서 진행할 컨텐츠는 반드시 100% 다 사전에 진행해보고, 준비되지 않은 것은 시연하지 않는다. 

 

0주차 과제의 목적 :모든 발표를 다 마치고 장병규 의장님께서 0주차 과제의 진정한 의도를 말씀해주셨다. 

 

나는 0주차 과제가 개인의 부족함을 깨달아보라거나, 협업해서 개발하는 경험을 해보라거나 등의 목적을 가진 과제라고 생각했는데, 의장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완벽히 내 예상을 벗어났고, 하지만 100%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0주차 과제의 진정한 목적은 '정글에서 앞으로 5달 동안 몰입하기 위해 생각과 몸을 준비시키는 것'이었다. 정글에서는 하루 12-14시간을 몰입해서 공부해야 하는데 갑자기 이 생활을 시작하라고 하면 해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3일간 몰입하면서 이곳에서의 생활은 이렇게 몰입해야 한다는 걸 나 자신에게 알려주는 주차였던 것이다. 

 

0주차의 목적은 완전히 달성되었다고 본다. 사실 퇴사 후 정글에 오기 전까지 7개월동안 개발을 독학했지만, 집중력이 너무 떨어지고 몰입해서 공부를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진짜 도파민 중독인가, 나에게 의지력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성인 ADHD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자리에 앉아서 10분만 공부해도 졸리고, 핸드폰을 보면서 1-2시간을 그냥 날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로 '정글에 가서도 이렇게 집중도 못하고 몰입도 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0주차를 보내면서, 그런 걱정은 정말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3일 동안 동료들과 개발에만 집중했고, 짧은 시간동안 부족한 개발 실력으로 결과물을 내야한다는 압박 속에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다. 여념이 없었다. (주식 창 보는 것도 잊었다) 이렇게 3일을 보내고 나니, 아 내가 이렇게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아서 정말 기뻤다. 장병규 의장께서 '적절한 타이밍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셔서 정글을 만드셨다고 하셨는데,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 나같은 도파민 중독 (의심)자도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그리고 3일 간 몰입하는 경험을 하고나니, 이후의 시간들도 확실히 몰입하기가 수월해졌다. (그리고 몰입안하기에 과제가 개많다. ^^;) 깊게 몰입하는 경험이 바로 3일간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크게 얻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식: 3일동안 개발이 너무 급해서 다들 자기 조 이외의 사람들과는 이야기 나눌 시간도 많이 없었는데, 과제를 끝내고 회식 시간이 마련되어있었다. 서로 어서 친해져서 많이 물어보면서 공부하라는 의도라고 하셨다 (정글 진짜...치밀해.. ^^;)  다른 동기들과도 처음으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었고, 아무래도 다들 같은 목표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다보니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정말 회식을 기점으로 반의 분위기가 완벽히 바뀌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내 커리어 동기들이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든든했다. 

 

회식에는 운영진 분들(의장님, 대표님, 코치님)도 참여하셨다. 돌아다니시면서 여러 테이블과 건배도 하시고 이야기를 나누셨는데 내가 언제 이 분들과 술을 마셔보겠나하는 생각에 감격스럽기도 하고, 술자리에서 해주신 얘기들도 굉장히 좋은 얘기들이 많았다. 회식+ 2차를 끝냈는데도 12시 30분이었다. 정글와서 가장 일찍 기숙사에 돌아간 날이었다 ^.^ 

 

이렇게 0주차가 너무나 빨리 + 하지만 심정적으로 굉장히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나갔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벌써 정글에서 12일차가 되는 날이다. 진짜로 회고 쓸 시간도 없다(ㅠㅠ) 하지만 이 곳에서 너무 좋은 영감들을 받고있고 지금 하는 좋은 생각들과 느낌을 잃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늦게나마 0주차 회고록을 작성하였다. 글 수정할 시간이 없어서 아마 잘 쓴 글은 아니겠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잘 드러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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