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서 특별한 과제를 내주셨다. 지나온 과거를 성찰하고, 앞으로 다섯 달 동안 내가 얻어가고 싶은 것, 어떤 자세로 임하고 싶은지, 정글이 끝난 후 나의 모습은 어땠으면 좋겠는지를 생각한 후 이를 에세이로 작성해야 하는 과제이다. 사실 정글 과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생각해 본 내용들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글로 한 번 잘 정리해보려 한다.
지나온 과거
난 태생적으로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 욕심보다는 야망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나의 욕심은 '바라는 모습이 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을 항상 수반했기에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했지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며 자존감을 해치는 칼날이기도 했다.
서른을 목전에 둔 지금은 욕심도 많이 줄었고, 그만큼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관대함도 늘어 마음의 평화(?)를 많이 찾았지만, 이십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나는 항상 나의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남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은 나를 표현하는 숫자나 성취들에 집착하는 버릇을 만들었다. 그 결과 내 모습은 겉보기에는 화려했지만(경희대 수석 졸업, 미국 교환학생, 2달 동안 혼자 유럽 베낭여행, 토익 만점, 오픽AL, 동아리 회장, 자격증 다수 취득) 내면에는 항상 두려움과 불안함이 가득 차 있었다.
좀더 부끄러운 모습을 까 보자면, 대학생 때도 듣고 싶은 수업보다는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수업(e.g. 사고(thinking)보다는 암기가 통하는 수업)을 위주로 선택했고, 시험을 잘 보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공부했다. 과거를 돌아보았을 때 가장 아쉬운 점은 대학 교육을 통해 마땅히 깨달아야 할 것들인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지적인 즐거움, 지식을 가치있게 사용하는 보람을 경험하지 못한 점이다.
SW사관학교 정글에서 보내는 5개월
그래서 정글 입소를 준비하면서 내가 세운 목표는 바로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기이다.
알고리즘 문제를 몇 문제를 풀었는지, 다른 동기들보다 더 많이 풀었는지, 블로그에 글을 몇개를 올렸는지, 협력사에 취업을 했는지 따위의 것들을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오늘 하루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 오늘 하루 내가 충분히 배웠는지, 오늘 하루 내가 배운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에 대해서 신경쓸 것이다. 내가 어제 잘 했는지 내일 잘 할지도 고민하지 않고, 그저 오늘 하루를 잘 살아냈는지, 오늘 하루 나의 배움은 어땠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목표이다.
오늘은 정글에 입소한지 5일째 되는 날인데, 이런 마음가짐이 잘 유지되기도, 아니기도 했다. 어제 오늘 이틀동안 기초 알고리즘 19문제를 풀어야 했는데, 빨리 다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더라... 백프로 이해가 다 안 됐는데도 답이 맞으면 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반성ㅠ🙇🏻♀️ 이 에세이를 다 쓰고 나면 풀었던 문제들을 다시 한번 복습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더 공부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이 마음가짐을 잘 지켜가고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정글에 입소하자마자 3일짜리 과제가 시작됐는데, 나 포함 조명 3명과 함께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어내는 과제였다. 우리 조 모두 열심히했지만 결과물이 만족스럽지는 못했다.(이번 주를 회고하는 글은 주말에 따로 쓸 예정!) 최종 발표를 보니 다른 조들에 비해 우리 조의 결과물은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전의 나였다면 왜 나는 이 정도 밖에 못 해내는지, 왜 실수를 했는지 자책하고 속상해했을텐데, 신기하게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곳에 배우러 온 거고, 현재의 나의 역량 안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속상하지 않았다.(아쉽긴 했다^^;)
부족한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아 나 잘하고 있네' 하며 셀프칭찬도 해주었다.😋 그리고 정글에 와서 한 가지 목표가 더 생겼는데, 단점보다는 장점에 집중하기 이다.
정글을 시작하고 장병규 의장님께서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장점을 특화하는 게 더 먼저'라는 말씀을 하셨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데에는 끝이 없기 때문에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그걸 살려야 한다고 하셨다. 이 말씀을 듣는데 '아, 나는 늘 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열심히 살면서도 항상 불안하고 만족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장점에 집중하고 이 장점을 계발하려고 노력했다면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나는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인생을 더 즐겁고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정글에서도 나의 부족한 점 보다는 내 장점을 발견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이를 계발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나 자신에 대해서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 다섯달 동안 나의 목표를 정리해보자면 아래 다섯 가지가 되겠다. 잘 한번 해보자구!!
1.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기
2. 과거나 미래보다는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3. 타인과 비교하지 않기 (타인과의 비교는 자만심과 열등감을 심을 뿐)
4. 부족한 점에 조급해하지않고, 오늘 하루동안 성장한 보람과 기쁨을 누리기
5. 단점보다는 장점에 집중하기
정글 과정을 마치고 나면
바라는 대로 정글 과정을 잘 마치고 나면, 내 모습은 어떨까.
우선, 위에 적은 목표들을 지키면서 5개월동안 열심히 공부하면 왠지 엄청난 똑똑이가 되어있을것만 같다ㅎㅎㅎㅎ (솔직히 정글이 끝나는 상상만 해도 너무 좋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공부해 나가야 할것들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지를 절실하게 깨닫고 있을 거 같기도 하다. 그때의 나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기본기를 튼튼하게 갖추고, 새로 배우게 될 지식들에 대한 지적 기대감이 넘치는 SW 너드가 되어있으면 좋겠다!
정글의 수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겠지만, 아직은 거기까지 생각하기도 벅차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자! ㅃㅏ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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