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그 어느 때보다 스마트폰 스크롤을 내리는 내 손가락은 더 빨라졌고, 거의 1초마다 새로운 시각적 자극이 나에게 들어오고 있었다. 강렬한 자극과 재미에 도파민 중독이 되어버린 나는 좀처럼 집중을 잘 하지 못햇고, 점점 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강렬한 자극으로 무장한 소리와 영상이 아닌, 조용한 텍스트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느낌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주로 읽는 텍스트들은 주로 몰입할만한 성질의 것들이 아니었다. 내 도서 리스트는 죄다 영어,주식, 논리학, 심리학과 같이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비문학 위주였다. 나는 늘 허구적인 이야기보다는 현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들에 항상 더 큰 흥미가 있었고, 오랬동안 성취 중독자처럼 살았기에 세상을 '내게 도움이 되는 것'과 '도움이 되지 않는 것'보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책 또한 현실적으로 내게 도움이 되는 것들 위주로 골라왔다. 즉, 나는 문학 소녀와는 가장 거리가 먼 곳에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삶의 가치관이 바뀌어가면서, 결과 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성과 지식만큼이나 감정과 마음도 중요하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고 있었다.(여전히 ESTJ인지라 솔직히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거나, 이성보다 감성이 더 중요하다고는 못하겠다.) 이런 생각의 변화가 힘을 보태어, 나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읽는 과정에서 즐거울 수 있고, 저자와 등장인물의 마음과 감정에 몰입해보는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태국 여행 막바지 쯤 나보다 훨씬 더 다양한 책을 많이 읽는 다희언니에게 몰입할 수 있는 재밌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고, 언니는 '용의자 X의 헌신'을 추천해주었다. 과연 나 같은 도파민 중독자가, 몇 년만에 읽어보는 소설을 몰입해서 읽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책 다운로드를 눌렀다. (밀리의 서재 👍) 치앙마이에서 싱가폴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책을 읽기 시작햇고, 반신반의했던 것이 무색하게 책 내용에 집중하게 되었다.
성격이 급한 나는 책에서 '관찰'하고 '묘사'하는 부분은 나도 모르게 잘 건너뛰게 된다. (묘사보다는 일단 그 다음에 펼쳐질 서사가 너무 궁금한 나.. ^.^) 그래도 이 책에서는 인물들의 생각이나, 관찰하는 내용들이 서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아서 좀 더 빠져들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결국 치앙마이에서 싱가폴로 오는 비행기에서 한 두시간 정도, 싱가폴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한 세 시간 정도. 약 다섯 시간 정도 만에 완독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빨리 다음에 일어나는 일을 알고 싶어서 등장인물들의 추리를 백프로 따라가지 못해도 그냥 넘기면서 읽었기 때문에 ㅎㅎ아마 나보다 좀 더 꼼꼼하고, 답을 찾아내보려는 성향의 독자들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 않았을까?
고등학교 졸업 하고 거의 뭐 10년 만에 처음 읽은 소설이었고, 생각보다 이야기에 몰입해서 읽어갈 수 있었고 (사건의 실체가 드디어 드러났을 때는 속으로 holy shit!!! 수십번 외쳤다), 덕분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다른 책들을 좀 더 즐겁게 읽고 있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왠지 다 읽어보셨을 것만 같고, 소설 또는 책을 좀 더 많이 읽어보려고 마음 먹은 분들께 추천하는 책! :-)
즐거운 독서 되시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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