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에 있는 작품들은 한 번씩은 읽어봐야하지 않나하는 생각과, 책의 제목이 자아내는 호기심, 그리고 밀리의 서재에서 제공하는 도서라는 효용이 시너지를 내서 읽게 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소설을 읽으며 나는 점점 더 한숨을 자주 쉬었고, 소설을 마쳤을 때는 고개를 저었다. 나에게 주인공 요조는 '괴로워 하는 알콜 중독자' 에 지나지 않았다. 책 뒷 부분에 작품 해설을 보면서 이 작품이 다섯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죽음에 이른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반영한 자전적인 소설임을 알고 난 후에야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생겨나는 정도였다.
기본적으로 여리고 세상과 인간에 대해 겁이 많았던 요조는 그 두려움을 술과 여자 그리고 죽음을 통해 이기려한다. 나는 이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나약한 모습에 대한 공감보다는, 요조와 함께 정사(情死)하여 죽은 여인들과, 요조의 망나니 짓을 바라보며 속이 타들어갔을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더 공감이 되었다. 스스로도 괴롭고 힘들었겠지만, 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자이 오사무라는 실존 인물을 투영해서 요조를 생각해보면, 요조의 인생이 파멸을 향해 추락해갈 때 이를 멈춰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그가 조금은 다른 인생을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조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사람이었고, 그 괴로움을 잠시 잊을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은 곁에 있었지만,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생각들을 나누고 이를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곁에 한 명도 곁에 없었다는 게 안타깝다.
나에겐, 이런 안타까운 삶도 있구나 정도에 그쳤던 책이다.
TMI
소설에서 인간으로서 '실격' 이라는 표현이 처음 나오는 지점은 요조가 정신 병원에 입원했을 때다. 다자이 오사무도 정신 병원에 수감되며 자신은 인간으로서 실격이라는 생각과 자기 혐오를 소설 '인간 실격'에 녹여냈다고 한다. 하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심한 알콜 중독자였고, 자살을 여러 번 시도했을 만큼 만성적인 우울증으로 분명히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을 것이다. 몸이 아프면 내과나 외과에 가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면 정신과에 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살았더라면 그가 자신을 '인간으로서 실격'이라는 인식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 ?
'Book > 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0) | 2023.02.25 |
---|---|
[완독]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 밀리의 서재 / No Spoiler (0) | 2022.07.01 |
댓글